두꺼운 꼬리 — "평생 한 번" 이라던 급락이 몇 년에 한 번 오는 이유
위험을 숫자로 계산할 때 대부분의 도구는 수익률이 종 모양으로 퍼져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 가정 위에서 계산하면 큰 하락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됩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그런 날이 몇 년에 한 번씩 실제로 옵니다. 가정과 현실 사이의 이 간격을 두꺼운 꼬리라고 부릅니다.
정규분포는 큰 사건을 "거의 없다"로 계산한다
정규분포(종 모양 분포)에서는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표준편차의 배수로 표현합니다. 이 배수를 시그마(σ)라고 부르고, 몇 시그마짜리 사건인지가 정해지면 확률이 자동으로 계산됩니다. 문제는 그 확률이 시그마가 커질수록 극단적으로 빨리 작아진다는 점입니다.
|z| > 2 → 4.55% 약 22거래일에 한 번
|z| > 3 → 0.27% 약 370거래일에 한 번
|z| > 4 → 0.0063% 약 15,800거래일에 한 번
|z| > 5 → 0.000057% 약 3,489,000거래일에 한 번
하락 쪽 한쪽 꼬리만 보면 위 값의 절반
5시그마 하락 약 6,977,000 거래일에 한 번
→ 365로 나누면 약 1만 9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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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그마에서 5시그마로 가는 동안
확률은 8만 배 작아진다
시그마가 2에서 5로 조금 커졌을 뿐인데 빈도는 22일에 한 번에서 1만 9천 년에 한 번으로 바뀝니다. 정규분포의 꼬리는 이렇게 급격하게 얇아지도록 설계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정규분포를 깔고 계산한 위험은 큰 사건을 사실상 0으로 처리합니다.
같은 계산을 실제 변동성에 대입해 보면
이 시그마들이 가격으로는 얼마인지 환산해 보면 감이 잡힙니다. 일봉 수익률의 표준편차가 3.5%인 종목을 가정합니다.
2σ = ±7.0% 한 달에 한 번쯤
3σ = ±10.5% 1년 반에 한 번
4σ = ±14.0% 63년에 한 번
5σ = ±17.5% 1만 9천 년에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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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분포를 믿으면
하루 −17.5% 는
내 인생에서 볼 일이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시장을 몇 년만 지켜본 사람은
그런 날을 이미 여러 번 봤다
바로 이 불일치가 두꺼운 꼬리(fat tail)입니다. 실제 수익률 분포는 가운데가 정규분포보다 뾰족하고, 양쪽 끝은 정규분포보다 훨씬 두껍습니다. 평범한 날은 예상보다 더 조용하고, 사건이 나는 날은 예상보다 훨씬 자주 그리고 훨씬 크게 납니다. 이런 날의 대표 사례는 블랙스완에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
꼬리 두께를 재는 숫자 — 첨도
꼬리가 얼마나 두꺼운지는 첨도(kurtosis)라는 값 하나로 요약됩니다. 정규분포의 첨도는 3이고, 이보다 크면 극단값이 정규분포보다 자주 나온다는 뜻입니다.
첨도 3 정규분포 그대로
· 4σ 사건 = 15,800일에 한 번
첨도 6 꼬리가 두껍다
· 같은 4σ 사건이 훨씬 잦아진다
첨도 9 매우 두껍다
· 4σ 가 몇 년에 한 번 수준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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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과 표준편차가 완전히 같아도
첨도가 다르면
계좌가 겪는 위험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평균과 표준편차만 보고는 이 차이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 종목의 일간 변동성이 똑같이 3.5%여도, 한쪽은 매일 비슷하게 흔들리고 다른 쪽은 조용하다가 가끔 한 번에 −20%를 냅니다. 표준편차 하나로 위험을 요약하는 지표들이 이 차이를 놓치는 이유이고, 샤프지수가 극단적 손실을 과소평가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레버리지를 걸면 꼬리가 계좌에 직접 닿는다
현물이라면 −17.5%는 아픈 날로 끝납니다. 레버리지 포지션에서는 같은 하루가 포지션의 종료가 됩니다. 청산까지의 거리를 시그마로 환산해 보면 왜 그런지 바로 보입니다.
진입 증거금 $100 · 포지션 $1,000
유지증거금률 0.5% → $5
버틸 수 있는 손실
$100 − $5 = $95
가격으로는
$95 ÷ $1,000 = −9.5%
일봉 표준편차 3.5% 기준
9.5% ÷ 3.5% = 2.7σ
정규분포 가정 시 하루 안에 그만큼
역행할 확률(한쪽 꼬리) ≈ 0.33%
→ 약 300거래일에 한 번
꼬리가 두꺼우면 이 빈도는
계산보다 몇 배 잦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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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는 안전마진이 2.7σ 밖에 없다
정규분포로 계산해도 1년에 한 번꼴인데, 실제 분포는 그보다 자주 그 구간을 건드립니다. 레버리지를 올리면 이 거리는 더 짧아집니다. 20배면 청산 거리가 절반이 되어 대략 1.4σ가 되고, 그 정도는 한 달에도 여러 번 지나가는 범위입니다. 배수와 청산 거리의 관계는 레버리지에, 포지션 크기를 변동성에 맞춰 정하는 방법은 포지션 사이징과 ATR에 정리돼 있습니다.
손절은 두꺼운 꼬리에서 미끄러진다
"손절을 −3%에 걸어 뒀으니 최대 손실은 −3%"라는 계산은 가격이 연속적으로 움직인다는 가정 위에서만 맞습니다. 꼬리 사건은 정의상 연속적이지 않습니다.
진입 $100 · 손절 주문 $97 (−3%)
정상적인 날
$100 → $99 → $98 → $97 체결
실손실 −3%
꼬리 사건이 난 날
$100 → $90 으로 한 번에
손절은 $97 이 아니라 $90 에 체결
실손실 −10%
10배 레버리지였다면
−10% × 10 = 증거금 전액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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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은 손실을 제한하지만
꼬리에서는 정확히 제한하지 못한다
그래서 손절 폭만으로 최대 손실을 계산하면 실제보다 낙관적인 숫자가 나옵니다. 위험 계산의 기준은 손절 가격이 아니라 갭이 났을 때 계좌가 얼마를 잃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손절 주문 자체의 종류와 체결 방식은 손절에, 주문이 원하는 가격에서 밀리는 문제는 슬리피지에 있습니다.
꼬리는 손실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꺼운 꼬리는 양쪽에 있습니다. 큰 손실이 몰려 있는 만큼 큰 수익도 소수의 날에 몰려 있습니다. 이 사실은 "위험하니까 자주 쉬자"는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듭니다.
1,000거래일 동안
전체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가장 좋았던 10일(전체의 1%)에서 나왔다면
그 10일을 빼고 계산했을 때
누적 수익 → 크게 줄거나 마이너스
반대로 가장 나빴던 10일을 빼면
누적 수익 → 비현실적으로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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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계산 모두 사후에만 가능하다
어느 날이 그 10일인지는
그날 아침에 알 수 없다
그래서 대응은 "큰 날을 골라내는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골라낼 수 없다는 것이 꼬리의 성질이기 때문입니다. 남는 대응은 어떤 날이 와도 계좌가 끝나지 않는 크기로 들어가는 것뿐입니다. 계좌가 회복 불가능해지는 지점의 계산은 파산 확률에, 손실 후 원금 복구에 필요한 수익률은 낙폭에, 베팅 크기의 상한은 켈리 공식에 정리돼 있습니다.
백테스트가 꼬리를 지우는 방식
과거 데이터로 검증할 때도 이 문제가 그대로 따라옵니다. 꼬리 사건은 드물기 때문에 검증 구간에 몇 번 들어갔느냐에 따라 결과가 통째로 바뀝니다.
검증 기간 2년(약 730거래일)
기대되는 4σ 사건 수 0.05회
→ 대부분의 2년 구간에는 한 번도 없다
따라서 백테스트 결과는
· 꼬리가 안 들어간 구간 → 아주 좋아 보임
· 꼬리가 들어간 구간 → 갑자기 망가짐
같은 전략인데 구간만 바꿔도
결론이 반대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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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할 때 같이 적을 것
· 검증 기간에 포함된 최악의 날
· 그날의 손실과 최대 낙폭
· 갭 체결을 가정했는지 여부
결과가 좋은 백테스트를 봤을 때 먼저 확인할 것은 평균 수익이 아니라 가장 나빴던 하루입니다. 최악의 날이 없는 구간에서 나온 성과는 아직 시험받지 않은 성과입니다. 검증 절차 전반은 백테스트 가이드에, 구간을 옮겨 가며 재검증하는 방법은 워크포워드 분석에, 여러 번 재서 좋은 결과만 남는 문제는 다중검정의 함정에 있습니다. 살아남은 것만 세는 문제는 생존편향이 따로 다룹니다.
정리
② 5σ 하락 = 이론상 1만 9천 년에 한 번
③ 실제 시장에서는 몇 년에 한 번 온다
④ 이 간격이 두꺼운 꼬리다
⑤ 두께를 재는 값 = 첨도, 정규분포는 3
⑥ 평균·표준편차가 같아도 첨도가 다르면 위험이 다르다
⑦ 10배 레버리지의 청산 거리 = 2.7σ
⑧ 20배면 1.4σ — 한 달에도 여러 번 지나간다
⑨ 손절 −3%는 갭에서 −10%로 체결될 수 있다
⑩ 큰 수익도 소수의 날에 몰려 있다
⑪ 어느 날인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
⑫ 백테스트는 최악의 날을 같이 적어야 읽을 수 있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위험은 평균적인 날이 아니라 가장 나쁜 날로 계산합니다. 평소 변동성에 맞춰 포지션을 정하면 평소에는 잘 맞지만, 꼬리가 오는 날 한 번에 그동안의 계산이 전부 무효가 됩니다.
주의
본문의 일봉 표준편차 3.5%, 유지증거금률 0.5%, 진입 증거금 $100과 포지션 $1,000, 청산 거리 −9.5%와 2.7σ, 손절 $97과 갭 체결 $90, 첨도 3·6·9, 1,000거래일 중 상위 10일, 검증 기간 2년과 4σ 기대 횟수 0.05회 같은 숫자는 모두 두꺼운 꼬리가 계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이며 특정 종목이나 특정 계좌의 실제 측정값이 아닙니다. 정규분포에서 계산한 시그마별 확률은 수학적으로 정해진 값이지만, 그 확률을 실제 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입니다. 첨도가 커질 때 극단값 빈도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는 분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므로 본문의 서술은 방향만 나타냅니다. 유지증거금률과 청산 방식은 거래소·종목·마진 모드에 따라 다르므로 실제 청산 거리는 본인 계좌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과거에 관측된 분포가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레버리지 거래는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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