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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편향 — 살아남은 것만 세면 숫자가 어떻게 틀리는가

"이 전략 3년 수익률 400%"라는 숫자를 볼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무엇이 계산에서 빠졌는가입니다. 사라진 종목, 청산된 계정, 삭제된 기록은 평균을 낼 때 자리에 없습니다. 없는 것은 빼기가 아니라 아예 계산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남은 것만 세면 숫자는 조용히 부풀어 오릅니다.

생존 편향이란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은 어떤 과정을 통과한 대상만 관찰하고, 통과하지 못해 사라진 대상을 보지 못해서 생기는 착시입니다. 실패한 쪽은 데이터를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므로, 관찰자에게는 성공 사례만 줄지어 보입니다.

트레이딩에서 이 편향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사라지는 방식이 조용하기 때문입니다. 상장폐지된 코인은 차트에서 지워지고, 계좌를 태운 사람은 인증 글을 올리지 않으며, 성적이 나빴던 전략은 백테스트 폴더에서 삭제됩니다. 남은 화면에는 살아남은 것만 있습니다. 그 화면으로 평균을 내면 그 평균은 현실이 아니라 생존자의 평균입니다.

사라진 종목이 빠지면 얼마나 달라지나

가장 흔한 형태는 지금 거래되는 종목만 놓고 과거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3년 전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종목은 목록에 없으므로 자동으로 제외됩니다.

상장폐지 종목을 뺐을 때 (가상의 예시)

3년 전 시점 종목 수: 100개
그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종목: 70개
사라진 종목: 30개 (거래정지·상장폐지·사실상 무거래)

A. 지금 남아 있는 70개만 계산
평균 수익률 +40%

B. 100개 전부 계산
살아남은 70개 평균 +40% → 70 × 40 = +2,800
사라진 30개 평균 -95% → 30 × (-95) = -2,850
합계 -50 ÷ 100 = 평균 -0.5%

→ 같은 시장인데 +40%와 -0.5%로 갈린다

두 숫자 모두 계산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은 분모입니다. A는 "3년 전에 이 종목들을 샀다면"이 아니라 "3년 전에 앞으로 살아남을 종목만 골라서 샀다면"을 계산한 것입니다. 그 정보는 3년 전에 알 수 없었습니다. 진입 시점에 알 수 없는 조건이 계산에 들어간 순간 그 숫자는 성과가 아니라 사후 검산입니다.

이 문제는 알트코인처럼 종목 수가 많고 소멸률이 높은 영역에서 더 크게 벌어집니다. 소멸률이 30%가 아니라 5%면 왜곡도 작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 몇 퍼센트가 사라졌나"를 먼저 확인하면 그 숫자를 얼마나 깎아서 들어야 할지 감이 잡힙니다.

백테스트 안에 들어간 생존 편향

백테스트에서 이 편향은 데이터를 모으는 첫 단계에 끼어듭니다. 거래소 API로 "현재 거래 가능한 심볼 목록"을 받아 그 심볼들의 과거 캔들을 내려받으면, 그 순간 이미 생존자만 남은 표본이 됩니다.

표본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 (가상의 예시)

A. 오늘 기준 심볼 목록으로 과거를 내려받음
심볼 500개 × 3년 → 결과: 연 환산 +28%
(3년 사이 사라진 심볼은 목록에 없어 애초에 안 들어옴)

B. 각 시점에 실제로 거래 가능했던 심볼 목록 사용
2023년 시점 420개 / 2024년 시점 480개 / 2025년 시점 500개
사라진 심볼은 사라진 날까지만 포함
→ 결과: 연 환산 +6%

→ 전략은 그대로인데 표본을 고치니 성적이 4분의 1 이하

여기서 중요한 것은 B가 나쁜 결과라는 점이 아니라, B가 실제로 겪었을 결과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A를 보고 자금을 넣으면 겪는 것은 B입니다. 그 격차는 최대 낙폭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사라진 종목은 사라지기 전에 대체로 급락 구간을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생존 편향은 과최적화와 같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아남은 종목만 든 표본에서 파라미터를 맞추면 "살아남은 종목의 습성"에 맞춰지고, 이후 새 종목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워크포워드 검증을 하더라도 표본 자체가 생존자로만 채워져 있으면 검증 구간도 같이 오염되므로, 표본 구성은 검증보다 먼저 봐야 하는 항목입니다.

성공담과 수익 인증

사람에게 적용하면 형태가 더 단순해집니다. 실력이 전혀 없어도 인원이 많으면 대단해 보이는 기록이 반드시 나옵니다.

동전 던지기로 만드는 연승 기록

승률 50%인 사람 1,000명이 각각 8번 거래
8연승 확률 = 0.5의 8제곱 = 1 ÷ 256 ≈ 0.39%
기대 인원 = 1,000 × 0.0039 ≈ 3.9명

→ 실력 0인 집단에서도 8연승 계정이 약 4개 나온다
→ 그 4명만 화면에 남고 나머지 996명은 글을 쓰지 않는다

이 계산은 가정이 아니라 확률 그 자체입니다. 표본이 커질수록 극단적인 기록은 반드시 생기고, 눈에 띄는 것은 그 극단값뿐입니다. 그래서 연승 기록 하나만으로는 실력과 운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구분하려면 같은 조건에서 시작한 전체 인원이 몇 명이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 숫자는 대개 공개되지 않습니다.

반대 방향도 같습니다. 연패 확률 글에서 다룬 대로, 괜찮은 전략에서도 긴 연패는 정상 범위에서 나옵니다. 연승이 실력의 증거가 아니듯 연패도 전략 폐기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판단 기준은 기록의 길이와 기댓값이지 최근 몇 건의 모양이 아닙니다.

리더보드와 카피트레이딩

거래소 리더보드는 생존 편향이 구조적으로 들어간 화면입니다. 수익률 상위로 정렬하면 그 순간 잘된 계정만 보이고, 같은 방식으로 매매하다 청산된 계정은 목록에서 빠져 있습니다.

리더보드 상위가 만들어지는 과정 (가상의 예시)

고배율·무손절 방식으로 매매하는 계정 1,000개
한 달 뒤 · 크게 번 계정 20개 / 본전권 300개 / 청산 680개

리더보드 상위 20개에 보이는 것: 수익률 +300% ~ +1,200%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방식으로 청산된 680개

→ 상위 20개의 공통점은 방식이 아니라 그 달에 방향이 맞았다는 것

카피트레이딩을 볼 때 확인할 것은 수익률 순위가 아니라 그 계정의 기록 기간, 최대 낙폭, 거래 건수입니다. 기록 기간이 짧으면 아직 나쁜 구간을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건수가 적으면 표본이 부족합니다. 파산 확률이 높은 방식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성적이 가장 좋아 보인다는 점도 같이 기억할 만합니다.

내 기록에서도 생긴다

남의 숫자만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매매 기록에도 같은 편향이 들어갑니다. 방식은 대개 이렇습니다.

기록에서 조용히 빠지는 거래들

① "이건 실수로 누른 거니까 빼자"
② "이건 규칙대로 한 게 아니라 예외"
③ "테스트 삼아 한 거라 카운트 안 함"
④ 계정을 새로 만들면서 이전 기록은 이월하지 않음

→ ①~④는 대부분 손실 거래에서 발생한다
→ 남은 기록의 승률은 실제보다 높고, 낙폭은 실제보다 얕다

실수로 누른 거래도 계좌에서는 실제로 돈이 빠져나간 거래입니다. 규칙 밖 거래를 성과에서 빼려면 그 거래가 몇 건이었고 합계가 얼마인지를 별도 항목으로 남겨야 합니다. 지워 버리면 "규칙을 어기는 빈도"라는 정보까지 같이 사라집니다. 그 빈도가 실제로는 성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항목인 경우가 많습니다.

줄이는 방법

생존 편향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어디서 들어왔는지 지목할 수는 있습니다. 숫자를 볼 때마다 확인할 항목입니다.

확인 항목

① 분모가 무엇인가 — 몇 개 중 몇 개를 세었나
② 사라진 대상이 있나 — 상장폐지·거래정지·청산·탈퇴
③ 표본을 만든 시점이 언제인가 — 오늘 목록으로 과거를 재구성했나
④ 기간이 얼마나 되나 — 나쁜 구간을 한 번은 지났나
⑤ 건수가 몇 건인가 — 30건 미만이면 아직 결론을 내지 않는다
⑥ 기록에서 뺀 거래가 있나 — 뺐다면 몇 건이고 합계가 얼마인가

실무적으로 가장 효과가 큰 것은 ③입니다. 표본을 만들 때 "그 시점에 실제로 존재했던 목록"을 쓰면 앞의 왜곡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데이터가 없어서 못 하는 경우에는 최소한 "이 숫자는 생존자만 센 값"이라고 표시해 두면 나중에 그 숫자를 다른 숫자와 나란히 놓는 실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숫자를 지우는 것보다 어떤 자로 쟀는지를 같이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흔한 오해

"표본을 크게 하면 해결된다" — 아닙니다. 생존자만 모으면 표본이 커질수록 잘못된 평균이 더 정밀해질 뿐입니다. 문제는 크기가 아니라 구성입니다.

"사라진 종목은 어차피 안 샀을 것이다" — 사라지기 전에는 그 종목도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었고, 상장폐지 직전 구간에서 오히려 거래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안 골랐을 것"이라는 판단은 결과를 알고 난 뒤의 판단입니다.

"실적이 검증된 계정을 따라가면 안전하다" — 검증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문제입니다. 순위표에서 뽑은 계정은 순위표라는 필터를 통과한 계정이지 방식이 검증된 계정이 아닙니다.

정리

생존 편향은 사라진 대상이 계산에 아예 들어오지 않아서 생긴다
종목 소멸률이 높은 시장일수록 왜곡이 크다
백테스트는 표본을 만드는 첫 단계에서 오염된다 — 검증보다 표본 구성이 먼저
연승 기록은 인원이 많으면 실력 없이도 반드시 나온다
내 기록에서 뺀 거래는 대부분 손실 거래다 — 빼려면 별도로 남긴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숫자를 보기 전에 분모를 보라. 살아남은 것만 센 평균은 계산이 틀린 것이 아니라 질문이 틀린 것이고, 질문이 틀리면 아무리 정확하게 계산해도 답은 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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