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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순서 위험 — 같은 수익률인데 순서만 바뀌어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

연 수익률 +30%, −20%, +10%를 세 해 동안 얻었다고 하겠습니다. 이 세 숫자의 순서를 바꾸면 최종 잔고가 달라질까요. 답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순서가 아무 의미가 없고, 어떤 상황에서는 순서 하나가 결과를 갈라놓습니다. 그 경계를 아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먼저 : 돈이 드나들지 않으면 순서는 상관없다

계좌에 돈을 넣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굴리기만 한다면, 수익률의 순서는 결과를 바꾸지 않습니다. 곱셈의 순서를 바꿔도 곱은 같기 때문입니다.

입출금 없음 · 시작 10,000달러

+30% → −20% → +10%
13,000 → 10,400 → 11,440달러

−20% → +10% → +30%
8,000 → 8,800 → 11,440달러

+10% → +30% → −20%
11,000 → 14,300 → 11,440달러

1.30 × 0.80 × 1.10 = 1.144 — 어떤 순서든 동일

여기까지는 복리의 기본 성질입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는 말을 아무 데나 붙이면 틀립니다. 순서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중간에 현금이 드나들거나, 계좌가 끊길 수 있는 선이 있을 때뿐입니다. 조건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조건 1 — 정액으로 인출할 때

매년 일정 금액을 빼서 쓴다고 해보겠습니다. 수익률 집합은 위와 똑같이 +30%, −20%, +10%이고, 매년 말 1,000달러씩 인출합니다.

매년 말 1,000달러 정액 인출 · 시작 10,000달러

[좋은 해 먼저] +30% → +10% → −20%
13,000−1,000 = 12,000
13,200−1,000 = 12,200
9,760−1,000 = 8,760달러

[중간 순서] +30% → −20% → +10%
13,000−1,000 = 12,000
9,600−1,000 = 8,600
9,460−1,000 = 8,460달러

[나쁜 해 먼저] −20% → +10% → +30%
8,000−1,000 = 7,000
7,700−1,000 = 6,700
8,710−1,000 = 7,710달러

같은 수익률·같은 인출액인데 차이 1,050달러

원인은 인출 금액이 남은 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입니다. 잔고가 7,000달러일 때 빼는 1,000달러는 14.3%지만, 12,000달러일 때는 8.3%입니다. 손실이 먼저 오면 작아진 계좌에서 큰 비중을 빼내게 되고, 그렇게 줄어든 원본은 이후 좋은 해가 와도 회복분을 적게 만듭니다.

이 구조는 트레이딩 계좌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생활비로 빼 쓰는 계좌는, 성적이 같아도 초반에 드로다운이 오느냐 아니냐로 1년 뒤 잔고가 달라집니다.

조건 2 — 정액으로 적립할 때 (방향이 반대다)

반대로 돈을 계속 넣는 중이라면, 순서의 유불리가 뒤집힙니다. 나쁜 해가 먼저 오는 쪽이 유리합니다. 싼 구간에서 더 많이 담기 때문입니다.

매년 말 1,000달러 적립 · 시작 10,000달러

[좋은 해 먼저] +30% → −20% → +10%
13,000+1,000 = 14,000
11,200+1,000 = 12,200
13,420+1,000 = 14,420달러

[나쁜 해 먼저] −20% → +10% → +30%
8,000+1,000 = 9,000
9,900+1,000 = 10,900
14,170+1,000 = 15,170달러

적립 중에는 초반 하락이 750달러 유리

같은 사람이 자산을 모으는 시기에는 초반 하락이 도움이 되고, 빼 쓰는 시기에는 초반 하락이 손해가 된다는 뜻입니다. 분할매수(DCA)가 하락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유가 이 계산에 들어 있습니다. 자기 계좌가 지금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야 순서 위험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조건 3 — 계좌가 끊기는 선이 있을 때

가장 치명적인 경우입니다. 승패 횟수가 같아도, 지는 거래가 앞쪽에 몰려 계좌가 바닥에 닿으면 뒤에 남아 있던 이기는 거래를 아예 못 하게 됩니다.

고정 금액 베팅 · 계좌 10,000달러 · 거래당 ±2,500달러 · 4승 4패

[패배가 먼저] 패패패패승승승승
7,500 → 5,000 → 2,500 → 0
계좌 소멸 → 남은 4승은 실행 불가
최종 0달러

[교대로] 승패승패승패승패
12,500 → 10,000 → 12,500 → 10,000 …
최종 10,000달러

승패 횟수·손익 폭 동일 · 순서만으로 전액 소멸

레버리지 거래에서는 이 선이 강제 청산가로 나타납니다. 청산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청산선에 닿는 순간 그 뒤의 통계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 확률을 다루는 것이 파산 확률이고, 크기를 줄이면 왜 성장률이 올라가는지는 변동성 드래그 쪽에 정리돼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계좌 잔고의 일정 비율로만 베팅하면 이 문제는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매번 잔고의 2%를 건다면 이론상 0에 닿지 않고, 순서와 무관하게 같은 곱이 나옵니다. 고정 금액 베팅과 고정 비율 베팅의 차이가 여기서 갈립니다. 자세한 계산은 포지션 사이징에 있습니다.

조건 4 — 사람이 중간에 규칙을 바꿀 때

세 번째까지는 수식의 문제였지만, 실제로 가장 자주 작동하는 것은 이쪽입니다. 초반 연패를 맞으면 대부분 원래 규칙대로 계속하지 못합니다. 크기를 키워 만회하려 하거나, 반대로 겁이 나서 좋은 신호를 건너뜁니다.

그 순간 "같은 전략을 같은 크기로 계속했다면"이라는 전제가 깨지고, 백테스트 결과와 실제 계좌가 갈라집니다. 초반 연패는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일 수 있는데, 그것을 실력 문제로 해석해 규칙을 바꾸면 진짜 손실이 시작됩니다. 데일리 손실 한도처럼 미리 정해 둔 한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률 인출로 바꾸면 순서 의존성이 사라진다

조건 1의 정액 인출을 잔고의 일정 비율 인출로 바꾸면 어떻게 되는지 봅니다. 매년 말 잔고의 10%를 뺀다고 하겠습니다.

매년 말 잔고 10% 정률 인출 · 시작 10,000달러

최종 = 10,000 × 1.30 × 0.80 × 1.10 × 0.9³
  = 11,440 × 0.729 = 8,339.8달러

+30% → −20% → +10% : 8,339.8달러
−20% → +10% → +30% : 8,339.8달러
+10% → +30% → −20% : 8,339.8달러

정액 인출 : 7,710 ~ 8,760 (편차 1,050)
정률 인출 : 어떤 순서든 동일

인출이 곱셈(×0.9)이 되면서 전체가 다시 곱셈만 남기 때문입니다. 대가는 있습니다. 빼 쓰는 금액이 매년 달라집니다. 위 예시에서 첫해에 손실이 나면 그해 인출액은 800달러로 줄어듭니다. 잔고의 순서 위험을 없애는 대신 인출액의 변동을 받아들이는 교환입니다.

중간 형태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정액으로 쓰되 잔고가 기준선 아래로 내려간 해에만 인출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완전한 정률만큼 깔끔하지는 않지만, 초반 손실 구간에서 원본을 덜 깎는 효과는 얻을 수 있습니다.

내 성적이 순서 운이었는지 확인하는 법

지난 거래 기록이 있다면 순서를 섞어서 다시 돌려보면 됩니다. 실제로 일어난 순서는 가능한 순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순서 섞기 점검

1. 거래별 손익률(%)을 그대로 목록으로 뽑는다
2. 순서를 무작위로 섞어 1,000번 재생한다
3. 최종 잔고·최대 드로다운의 분포를 본다

확인할 것
· 최악 경로에서 계좌가 청산선에 닿는가
· 실제 결과가 분포의 어디쯤인가
  (상위 5% 안이면 순서 운이 컸다는 뜻)

이 절차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입니다. 평균만 보면 순서를 섞어도 비슷하지만, 최대 드로다운과 청산 도달 여부는 순서마다 크게 갈립니다. 판단 기준은 평균이 아니라 나쁜 쪽 꼬리입니다.

덧붙여, 여러 종목을 동시에 들고 있다면 순서 위험이 겹칠 수 있습니다. 같이 움직이는 종목들은 나쁜 해도 같이 맞기 때문에 초반 하락이 한 번에 몰립니다. 종목 수보다 실제 상관을 봐야 하는 이유는 상관관계와 분산투자의 함정에 정리돼 있습니다.

실전 점검 5가지

① 지금 내 계좌가 넣는 중인지 빼는 중인지 먼저 정한다. 적립 중이면 초반 하락이 유리하고, 인출 중이면 불리합니다. 방향이 반대이므로 대응도 반대입니다.

② 고정 금액 베팅을 고정 비율 베팅으로 바꾼다. 조건 3의 전액 소멸은 고정 금액에서만 나오는 현상입니다.

③ 인출은 가능하면 잔고 비율로 한다. 손실 난 해에 인출을 줄일 수 있으면 순서 위험 대부분이 사라집니다.

④ 초반 연패를 실력 판정으로 쓰지 않는다. 표본이 작을 때의 연패는 순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판단은 미리 정한 거래 수를 채운 뒤에 합니다. 기록이 없으면 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매매일지가 전제입니다.

⑤ 승률만 보지 말고 순서 분포를 본다. 같은 승률과 손익비라도 순서에 따라 도달하는 최저 잔고가 달라집니다. 계좌가 버틸 수 있는 최저점을 기준으로 크기를 정합니다.

핵심 요약 3줄

① 입출금이 없으면 순서는 결과를 바꾸지 않는다. 순서가 문제가 되는 것은 현금이 드나들거나 계좌가 끊길 선이 있을 때다.
② 인출 중에는 초반 하락이 불리하고 적립 중에는 유리하다. 고정 금액 베팅에서는 같은 4승 4패가 순서만으로 전액 소멸이 될 수 있다.
③ 인출을 정률로, 베팅을 정률로 바꾸면 곱셈만 남아 순서 의존성이 사라진다. 초반 연패를 실력 판정으로 쓰지 않는 것도 같은 방어다.

주의

본문의 수익률·인출액·베팅 금액·계좌 잔고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이며 특정 전략이나 거래소의 실측 값이 아닙니다. 계산에는 수수료·슬리피지·펀딩비·세금이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 결과는 더 나쁠 수 있습니다. 고정 비율 베팅이 이론상 0에 닿지 않는다는 설명은 최소 주문 단위·강제 청산·갭 하락이 없다는 단순화된 가정 아래의 이야기이며, 실거래에서는 이 가정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거래는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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