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곡선 매매 — 계좌 곡선에 이동평균을 걸어 전략을 껐다 켜면 생기는 일
연패가 시작되면 잠시 멈추고, 계좌 곡선이 다시 올라오면 재개한다. 손실 구간을 건너뛰는 규칙처럼 보이고 백테스트에서도 대개 결과가 좋아집니다. 그런데 실거래에 붙이면 성적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그 규칙이 언제 작동하고 언제 작동하지 않는지를 계산으로 구분합니다.
자산곡선 매매란 무엇인가
자산곡선 매매(equity curve trading)는 거래 신호가 아니라 내 계좌 곡선을 보고 전략을 켜고 끄는 규칙입니다. 가격 차트에 이동평균을 걸듯이, 누적 손익 곡선에 이동평균을 걸어 곡선이 그 아래로 내려가면 실거래를 멈추고 위로 올라오면 재개합니다.
변형은 많지만 뼈대는 같습니다. 중단 조건과 재개 조건이 있고, 멈춘 동안에도 신호는 기록(페이퍼)으로 계속 추적해 곡선을 갱신합니다. 기록을 멈추면 재개 조건을 판정할 곡선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계좌 10,000달러 · 거래당 손익 ±200달러(2%)
중단 : 누적손익 곡선 < 최근 20거래 이동평균
재개 : 누적손익 곡선 > 최근 20거래 이동평균
멈춘 동안에도 신호는 기록만 하며 곡선을 갱신
→ 실제 체결은 0, 곡선은 계속 그려짐
매력은 분명합니다. 연패 구간만 골라 빠져나올 수 있다면 최대낙폭이 줄고, 낙폭이 줄면 같은 전략을 더 큰 크기로 돌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골라 빠져나올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입니다.
이 규칙이 성립하려면 필요한 조건
곡선을 보고 다음 구간을 예측하려면 거래 결과에 자기상관이 있어야 합니다. 진 거래 다음에 질 확률이 이길 확률보다 높아야 "쉬는" 판단이 이득입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승리를 +1, 패배를 −1로 두고 연속한 두 거래의 상관계수(lag-1 자기상관)를 구합니다. 우연히 나올 수 있는 범위는 대략 ±2 ÷ √n입니다.
우연 범위 = 2 ÷ √200 = ±0.14
측정된 lag-1 자기상관 = −0.03 → 범위 안 → 구조 없음
측정된 lag-1 자기상관 = +0.22 → 범위 밖 → 검토 가치 있음
대부분의 개인 전략은 앞쪽에 해당한다.
= 진 다음이라고 질 확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자기상관이 0에 가깝다는 것은 곡선의 모양이 다음 거래에 대해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때 곡선 이동평균 필터는 동전 던지기의 앞면 연속을 보고 다음을 예측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연패 자체는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고, 몇 회까지가 정상 범위인지는 연패 확률 쪽에 계산이 있습니다.
셔플 검증 — 백테스트가 좋아 보이는 진짜 이유
자산곡선 필터는 백테스트에서 거의 항상 결과가 개선됩니다. 과거 곡선에 맞춰 이동평균 기간을 고른 순간, 그 기간은 그 곡선의 연패 구간을 피하도록 선택된 값이기 때문입니다. 과최적화의 교과서적인 형태입니다.
진짜인지 확인하는 가장 싼 방법은 거래 순서를 섞는 것입니다. 거래 결과 집합은 그대로 두고 순서만 무작위로 바꾸면, 전략의 실력은 유지되고 곡선 모양만 달라집니다. 필터가 진짜 효과라면 섞어도 이득이 남아야 합니다.
무필터 순손익 : +1,000달러
필터 적용 순손익 : +1,400달러 (개선처럼 보임)
같은 200건을 순서만 1,000번 섞어 동일 필터 적용
평균 : +980달러
5~95% 구간 : +300 ~ +1,700달러
실제값 +1,400은 이 구간 안쪽
→ 필터의 효과가 아니라 순서 운으로 설명된다
판정 기준은 하나입니다. 실제 결과가 셔플 분포의 상위 5%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 필터는 채택하지 않습니다. 같은 셔플 기법으로 낙폭의 최악값을 보는 방법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고, 백테스트 결과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는 백테스트 쪽에 정리돼 있습니다.
껐다 켜는 데는 비용이 붙는다
필터에는 눈에 잘 안 띄는 비용이 있습니다. 재개 조건은 곡선이 이미 회복된 뒤에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즉 회복 구간의 앞부분은 구조적으로 놓칩니다.
200거래 중 중단 발동 : 12회
발동 1회당 평균 중단 길이 : 6거래
→ 실행하지 않은 거래 = 12 × 6 = 72건
그 72건의 실제 합산 손익 : +800달러
(연패 직후 구간에 승리가 몰려 있었음)
필터 비용 = −800달러
여기에 재개 시점의 슬리피지·수수료는 별도
자기상관이 0인 전략에서 이 값은 평균적으로 0 근처지만, 분산은 크게 늘어납니다. 거래 수가 줄어들면 표본이 작아지고, 표본이 작아지면 결과가 운에 더 좌우됩니다. 필터를 켠 대가로 안정성이 아니라 변동성을 얻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실무적으로 더 나쁜 부작용도 있습니다. 멈춰 있는 동안에도 기록을 남겨야 곡선이 유지되는데, 실거래를 하지 않으니 기록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며칠 지나면 재개 조건을 판정할 데이터가 사라져 결국 감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매매일지를 자동화해 두지 않았다면 이 규칙은 유지 자체가 어렵습니다.
껐다 켜기 대신 크기를 줄인다
on/off는 극단적인 선택입니다. 같은 목적을 훨씬 부작용 적게 달성하는 방법은 낙폭에 따라 포지션 크기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이후 15거래의 실제 순손익이 +1,200달러였다면
전량 중단 → 0달러 (회복 전부 놓침)
크기 절반 → +600달러
이후 15거래가 −1,200달러였다면
전량 중단 → 0달러
크기 절반 → −600달러
절반 규칙은 양쪽을 반으로 줄인다
중단은 손실만 막는 게 아니라 회복도 막는다
한 걸음 더 나가면, 고정 비율 리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크기 축소는 자동으로 일어납니다. 계좌의 2%를 리스크로 잡으면 계좌가 줄어들 때 주문 수량도 같이 줄어듭니다. 별도 규칙 없이도 낙폭 구간에서 베팅이 작아지는 구조입니다. 수량 계산은 포지션 사이즈 계산기, 동시 보유의 합산 위험은 포트폴리오 히트 쪽을 같이 보면 됩니다.
계좌 10,000달러 → 1거래 리스크 200달러
낙폭 20% 후 계좌 8,000달러 → 리스크 160달러
낙폭 40% 후 계좌 6,000달러 → 리스크 120달러
손실이 커질수록 베팅이 작아진다
= 계좌가 0에 닿는 경로가 구조적으로 길어진다
이 성질 때문에 고정 비율 방식은 파산 확률을 크게 낮춥니다. 최적 비율을 수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켈리 공식 쪽에 있지만, 실전에서는 계산값의 절반 이하를 쓰는 편이 일반적입니다.
그래도 자산곡선 필터가 쓸모 있는 경우
전부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다음 두 경우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① 레짐에 의존하는 전략. 추세추종 전략은 횡보장에서 계속 지고, 횡보는 며칠에서 몇 주씩 이어집니다. 이때 연패는 무작위가 아니라 시장 상태가 바뀌었다는 신호라 자기상관이 실제로 잡힙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곡선보다 변동성·추세 강도 같은 시장 지표를 직접 보는 편이 반응이 빠릅니다.
② 전략 고장 감지. 필터의 목적을 "손실 회피"가 아니라 "폐기 판정"으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곡선이 특정 선 아래로 내려가면 쉬는 게 아니라 검증을 다시 하고,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합니다. 이때는 정지선을 미리 숫자로 적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백테스트 최대낙폭 : 18%
실거래 정지선 : 백테스트 최대낙폭 × 1.5 = 27%
27% 도달 시 → 실거래 중단 후 재검증
재검증 통과 실패 → 폐기
정지선은 낙폭에 닿기 전에 정해둔다.
닿은 뒤 정하면 반드시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한다
실거래 낙폭이 백테스트 최대낙폭을 넘어서는 것은 흔한 일이고, 1.5배 언저리를 넘어가면 전략이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낙폭 수치를 읽는 법은 드로다운 쪽에 있습니다.
실전 점검 5가지
① 필터를 넣기 전에 lag-1 자기상관부터 잰다. ±2÷√n 범위 안이면 곡선에는 정보가 없습니다.
② 셔플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필터는 채택하지 않는다. 백테스트 개선폭 자체는 증거가 아닙니다.
③ 이동평균 기간을 여러 개 시험했다면 그 사실을 세어둔다. 10·20·50을 다 돌려보고 제일 좋은 걸 골랐다면 판정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합니다.
④ on/off보다 크기 조절을 먼저 검토한다. 중단은 손실과 함께 회복도 차단합니다.
⑤ 멈춘 동안의 기록을 자동으로 남긴다. 기록이 끊기면 재개 조건이 감으로 바뀝니다.
핵심 요약 3줄
① 자산곡선 필터가 작동하려면 거래 결과에 자기상관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전략은 ±2÷√n 범위 안, 즉 구조가 없다.
② 백테스트 개선은 증거가 아니다. 거래 순서를 섞어 같은 필터를 돌렸을 때 상위 5% 밖으로 나가야 한다.
③ 중단은 손실만이 아니라 회복 구간도 함께 차단한다. 대안은 고정 비율 리스크로 크기를 자동 축소하는 방식이다.
주의
본문의 계좌 규모·거래 건수·손익 금액·자기상관 수치·셔플 분포는 계산 방법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이며 특정 전략의 실측 성과가 아닙니다. lag-1 자기상관의 우연 범위 ±2÷√n은 거래 결과가 동일 분포에서 독립적으로 나온다는 전제 위의 근사값이고, 승률 자체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실제 시장에서는 참고선으로만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레버리지 거래는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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