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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현 손익은 어떻게 증거금과 청산가를 바꾸는가 — 크로스와 격리의 차이

화면에 뜨는 초록색 +$300은 아직 내 돈이 아닙니다. 그런데 거래소는 그 숫자를 계산에 넣어 주문 여력을 늘려 주고 청산가를 밀어 줍니다. 이 숫자가 언제 계좌에 반영되고 언제 반영되지 않는지 알아야, 이익이 났는데도 계좌가 더 위험해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미실현 손익은 계좌에 반영되는 숫자다

미실현 손익(Unrealized PnL)은 포지션을 아직 닫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청산하면 얼마가 될지를 평가한 값입니다. 실현되지 않았으니 출금은 못 하지만, 선물 계좌에서는 이 값이 단순한 표시가 아니라 계산에 들어가는 숫자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습니다.

선물 계좌의 세 가지 잔고

잔고(Balance) = 입금 + 실현손익 − 수수료 − 펀딩비
미실현 손익 = 수량 × (현재가 − 진입가)  ※ 롱 기준
순자산(Equity) = 잔고 + 미실현 손익

→ 청산 판정과 주문 여력이 보는 값은 잔고가 아니라 순자산

즉 미실현 손익이 움직이면 순자산이 움직이고, 순자산이 움직이면 가용 증거금과 청산가가 같이 움직입니다. 다만 이 연결이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는지는 마진 모드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크로스 마진: 미실현 손익이 즉시 순자산에 합산된다

크로스(Cross) 마진에서는 계좌 전체가 담보이고, 미실현 손익은 실시간으로 순자산에 더해집니다. 그래서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주문 여력이 눈에 띄게 바뀝니다.

크로스 · 잔고 1,000달러 · BTC 60,000 롱 0.05 BTC(노셔널 3,000달러) · 20배

잠긴 개시증거금 = 3,000 ÷ 20 = 150달러

가격 62,000 → 미실현 +100달러
순자산 = 1,100 · 가용 증거금 ≈ 1,100 − 150 = 950달러

가격 58,000 → 미실현 −100달러
순자산 = 900 · 가용 증거금 ≈ 900 − 150 = 750달러

가격 3.3% 움직임에 주문 여력은 200달러(약 21%) 변동

청산가도 같은 원리로 계산됩니다. 크로스에서 청산은 순자산이 유지증거금 아래로 내려갈 때 발생하므로, 미실현 손실이 순자산을 깎는 속도와 유지증거금 요구선이 만나는 지점이 청산가입니다.

같은 조건의 크로스 청산가 (유지증거금률 0.5% 가정)

순자산 = 1,000 + 0.05 × (P − 60,000)
유지증거금 = 0.05 × P × 0.5% = 0.00025P

1,000 + 0.05P − 3,000 = 0.00025P
0.04975P = 2,000
→ 청산가 P ≈ 40,200달러 (−33%)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배율(20배)이 이 식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크로스에서 청산가를 정하는 값은 순자산과 노셔널이지 배율이 아닙니다. 배율은 잠기는 증거금 150달러만 정합니다. 정확한 계산은 청산가 계산기유지증거금률(MMR) 글에서 구간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실현 이익으로 추가 진입하면 청산가가 따라 올라온다

크로스에서 미실현 이익은 곧바로 주문 여력이 됩니다. 화면상으로는 “번 돈으로 더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숫자를 담보로 노출을 키우는 것입니다. 위 계좌에서 가격이 66,000까지 올라 미실현 +300이 됐을 때 같은 수량을 추가로 잡아 보겠습니다.

추가 진입 전후 비교

— 0.05 BTC · 평단 60,000 · 청산가 약 40,200 (−33%)

— 66,000에서 0.05 BTC 추가 → 합계 0.1 BTC
평단 = (60,000 × 0.05 + 66,000 × 0.05) ÷ 0.1 = 63,000

순자산 = 1,000 + 0.1 × (P − 63,000)
유지증거금 = 0.1 × P × 0.5% = 0.0005P
1,000 + 0.1P − 6,300 = 0.0005P
0.0995P = 5,300
→ 청산가 P ≈ 53,270달러

청산가가 40,200 → 53,270 으로 13,000달러 올라왔다

잔고는 여전히 1,000달러입니다. 늘어난 것은 노셔널뿐인데, 청산까지의 거리는 33%에서 19%로 줄었습니다. 미실현 이익이 만든 여력을 그대로 쓰면 가격이 오를수록 계좌가 더 취약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상승분을 반납하는 흔한 조정 한 번에 원래 진입분까지 함께 위험해집니다. 손실 중에 수량을 늘리는 물타기가 위험한 것과 방향만 다를 뿐 구조는 같습니다.

미실현 이익을 실제로 안전하게 쓰려면 순서가 반대여야 합니다. 먼저 일부를 실현해 잔고로 옮기고, 그 확정된 잔고를 기준으로 다음 수량을 계산합니다. 수량을 먼저 정하는 방법은 포지션 사이징에 정리돼 있습니다.

격리 마진: 미실현 손익은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격리(Isolated) 마진에서는 포지션마다 증거금이 분리되어 있고, 미실현 손익도 그 울타리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다른 포지션의 청산가나 계좌 전체 여력에 자동으로 섞이지 않습니다.

격리 · 포지션 두 개를 동시에 보유

A: BTC 롱 · 증거금 150달러 · 미실현 +300
B: ETH 숏 · 증거금 150달러 · 미실현 −140

크로스라면 → 순자산 하나로 합산(+160) · B는 A 덕분에 버팀
격리라면 → A의 +300은 B를 구해 주지 않음
  B는 자기 증거금 150이 소진되는 시점에 독립적으로 청산

이 차이 때문에 격리는 손실이 한 포지션에 갇힌다는 장점과, 이익이 다른 포지션을 지켜 주지 못한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집니다. 또 격리에서는 미실현 이익이 자동으로 주문 여력이 되지 않으므로, 그 이익을 쓰려면 포지션을 일부 닫아 실현하거나 해당 포지션의 증거금을 수동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격리에서 미실현 손실이 커지면 그 울타리 안의 증거금만 줄어듭니다. 계좌의 나머지 잔고는 그대로 남아 있고, 청산되더라도 잃는 최대 금액은 그 포지션에 넣은 증거금까지입니다. 격리에서 배율을 낮추는 행위가 사실상 울타리에 돈을 더 넣는 것과 같다는 점은 레버리지 개념과 함께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미실현 손익이 실현손익과 다른 세 가지

화면의 미실현 숫자를 그대로 “벌어 둔 돈”으로 읽으면 정산할 때 어긋납니다. 차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판정 가격이 다르다
미실현 손익은 대부분 마크 가격 기준 · 실제 청산 체결은 시장 호가 기준

② 수수료가 아직 안 빠졌다
노셔널 3,000달러 · 왕복 taker 0.1% → −3달러

③ 펀딩비가 아직 안 빠졌다
펀딩 0.01% × 8시간 간격 · 24시간 보유 → 3,000 × 0.03% = −0.9달러

미실현 +100 표시 → 실제 손에 남는 값 ≈ 100 − 3 − 0.9 = 96.1달러

①번은 특히 스캘핑처럼 목표폭이 좁을 때 체감이 큽니다. 미실현 손익 계산의 기준이 되는 마크 가격은 여러 거래소 지수를 섞어 만든 값이라 내 거래소의 마지막 체결가와 몇 달러씩 차이가 납니다. 목표가 0.3%짜리 거래에서 이 차이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종 수치는 손익 계산기로 수수료까지 넣어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③번은 장기 보유 포지션에서 누적됩니다. 미실현 손익은 초록색인데 계좌 잔고가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이 여기서 나옵니다. 펀딩비는 정산 시각마다 잔고에서 직접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어떻게 되나

급락으로 청산 체결이 늦어져 순자산이 0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손실은 거래소가 적립해 둔 보험 기금에서 메웁니다. 보험 기금까지 감당하지 못하면 반대편 이익 포지션을 강제로 줄이는 자동 디레버리징(ADL)이 발동합니다. 즉 내가 손실을 안 봤더라도, 미실현 이익이 큰 포지션은 시장 전체의 청산 사태에서 강제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이 두 장치가 있어서 대부분의 개인 계좌는 마이너스 잔고를 떠안지 않지만, 그 대가로 미실현 이익이 내 의사와 무관하게 확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실현 이익을 계획의 전제로 삼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정리

① 크로스 — 미실현 손익 = 순자산에 즉시 합산 → 주문 여력과 청산가가 함께 움직인다
② 격리 — 미실현 손익은 그 포지션 울타리 안에만 → 다른 포지션을 구해 주지도, 여력이 되지도 않는다
③ 공통 — 미실현 값에는 수수료·펀딩비가 빠져 있고, 기준 가격도 마크 가격이다

실무에서 지킬 규칙은 한 줄로 줄어듭니다. 수량 계산의 기준은 미실현 손익이 포함된 순자산이 아니라, 확정된 잔고여야 합니다. 순자산이 늘었다고 주문 여력을 다 쓰면 이익이 날수록 청산가가 따라 올라오는 구조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익을 다음 진입의 재료로 쓰고 싶다면 먼저 일부를 닫아 실현하고, 그 확정된 숫자로 다시 계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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