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창 불균형(Order Book Imbalance) — 매수·매도 잔량 비율로 뭘 알 수 있나
호가창을 열면 매수 쪽에 12 BTC가 쌓여 있고 매도 쪽에 4 BTC밖에 없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사려는 사람이 세 배나 많아 보이니 곧 오를 것 같습니다. 이 직관을 숫자로 바꾼 것이 호가창 불균형이고, 그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가 이 글의 내용입니다.
OBI는 "쌓여 있는 주문"의 비율이다
호가창 불균형(Order Book Imbalance, 줄여서 OBI)은 계산이 단순합니다. 매수 쪽에 대기 중인 수량과 매도 쪽에 대기 중인 수량을 가져와, 차이를 합으로 나눕니다.
OBI = (매수잔량 − 매도잔량) ÷ (매수잔량 + 매도잔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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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 가까움 매수 잔량만 있음
0 양쪽이 같음
−1에 가까움 매도 잔량만 있음
합으로 나누기 때문에 결과는 항상 −1과 +1 사이에 들어옵니다. 잔량이 100 BTC든 3 BTC든 같은 자로 잴 수 있다는 것이 이 식의 유일한 목적입니다. 호가창 화면 자체가 아직 낯설다면 호가창 보는 법을 먼저 보는 편이 빠릅니다.
매수 1호가 12.4 BTC
매도 1호가 4.1 BTC
차이 12.4 − 4.1 = 8.3
합 12.4 + 4.1 = 16.5
OBI = 8.3 ÷ 16.5 = +0.50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대기 중입니다. OBI에 들어가는 숫자는 이미 체결된 거래가 아니라 아직 체결되지 않은,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주문입니다. 이 한 가지가 뒤에 나오는 모든 한계의 원인입니다.
깊이를 몇 단계까지 볼 것인가 — 부호가 뒤집힌다
식은 하나인데 "잔량"을 어디까지 세느냐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1호가만 셀 수도, 5호가까지 누적할 수도, 10호가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1단계
매수 12.4 · 매도 4.1
OBI = 8.3 ÷ 16.5 = +0.50
5단계 누적
매수 61.0 · 매도 58.2
OBI = 2.8 ÷ 119.2 = +0.02
10단계 누적
매수 140.5 · 매도 152.0
OBI = −11.5 ÷ 292.5 = −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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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호가창인데
+0.50 → +0.02 → −0.04
1단계만 보면 강한 매수 우위, 10단계까지 보면 약한 매도 우위입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가격 바로 옆은 매수가 두껍고, 조금 떨어진 곳은 매도가 두껍다는 상태를 각각 다른 각도에서 본 것뿐입니다.
그래서 OBI를 쓸 때는 깊이를 먼저 고정해야 합니다. 값이 마음에 안 든다고 깊이를 1단계에서 5단계로 바꿔 보는 행동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자를 바꾸는 일입니다. 깊이별로 잔량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눈으로 보고 싶다면 뎁스 차트 읽는 법 쪽이 직관적입니다.
신호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
OBI의 가장 큰 특징은 수명이 짧다는 것입니다. 잔량은 체결로도 줄고 취소로도 줄기 때문에, 강한 값이 한 번 찍혀도 몇 초 만에 평범해집니다.
0초 +0.50
3초 +0.31
10초 +0.12
30초 −0.04
60초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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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뒤에는 신호의 흔적이 없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OBI를 보고 판단하려면 그 판단도 초 단위로 끝나야 합니다. "OBI가 좋아 보여서 샀고 두 시간 들고 있다"는 조합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신호의 시간 단위와 보유 시간의 단위가 다르면, 실제로는 신호와 무관한 거래를 한 셈입니다.
또 하나. 값이 큰 순간에 시장가로 들어가면 그 주문 자체가 얇은 쪽을 먹어 버립니다. 매도 잔량 4.1 BTC뿐인 곳에 3 BTC 시장가 매수를 넣으면 1호가가 거의 사라지고 다음 호가에서 체결됩니다. 이렇게 체결가가 밀리는 현상이 슬리피지이고, 잔량이 적은 쪽을 보고 들어갈수록 심해집니다.
가짜 벽 — 취소되는 주문은 의사가 아니다
OBI는 "이만큼 사겠다는 의사가 있다"로 읽히지만, 지정가 주문은 체결 전까지 아무 구속력이 없습니다. 취소는 무료이고 즉시 됩니다.
관찰 시점 매도 1호가에 40.0 BTC
→ OBI 크게 음수, "위가 막혔다"
10분 뒤 그 40.0 BTC의 행방
체결 1.2 BTC
취소 38.8 BTC
취소 비율 38.8 ÷ 40.0 =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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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은 팔리지 않았다
가격이 다가오자 사라졌다
실제로 팔 생각이 없으면서 크게 걸어 두었다가 가격이 접근하면 빼는 주문을 스푸핑(가짜 벽)이라고 부릅니다. OBI는 이 주문과 진짜 주문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식에 들어가는 것은 수량뿐이고, 그 주문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숫자에 적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큰 벽 하나가 만든 극단적인 OBI는 오히려 신뢰도가 낮습니다. 잔량이 여러 계좌에 고르게 퍼져 있을 때보다, 한 덩어리가 전체를 좌우할 때 그 값은 한 사람의 취소 한 번에 통째로 뒤집힙니다. 벽 근처에서 손절을 털고 가격이 되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도 비슷한 구조인데, 이쪽은 유동성 사냥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허들이 보인다
신호가 맞는지 틀리는지보다 먼저 계산할 것이 있습니다. 한 번 들어갔다 나오는 데 드는 비용을 넘을 만큼 가격이 움직이는가입니다.
스프레드 0.01%
왕복 체결 수수료 0.10%
합계 0.11%
스프레드가 왜 비용인지 헷갈린다면 매수·매도 호가 차이를 보면 됩니다. 사자마자 팔면 그 차이만큼 이미 손해인 구조입니다.
이제 필요한 적중률을 역산해 봅니다. 맞을 때와 틀릴 때 움직이는 폭이 비슷하다고 두면, 비용 c와 평균 절대 이동폭 m에 대해 손익분기 적중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유 30초
평균 절대 이동 m = 0.06%
0.5 + 0.11 ÷ 0.12 = 1.42
→ 적중률 142% 필요 = 불가능
보유 10분
평균 절대 이동 m = 0.30%
0.5 + 0.11 ÷ 0.60 = 0.68
→ 적중률 68%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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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들면 비용을 못 넘고
길게 들면 신호가 이미 죽어 있다
여기가 OBI의 구조적 딜레마입니다. 신호는 수십 초를 못 넘기는데, 수십 초짜리 가격 변동은 왕복 비용보다 작습니다. 비용을 넘을 만큼 움직이는 시간까지 기다리면 그때는 신호가 사라진 뒤입니다. 이 계산을 건너뛰고 적중률만 세면, 맞는 거래를 하면서도 계좌가 줄어드는 상태가 됩니다.
신호 수를 세면 더 분명해진다
전부 52회
+ 3초 이상 유지 21회
+ 깊이 5단계도 동의 9회
필터 없음 52회 × 0.11% = 5.72%
필터 2개 9회 × 0.11% = 0.99%
차이 4.73% (1시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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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중률이 같아도 남는 돈이 다르다
거래 횟수가 수익률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는 거래 횟수와 수수료 부담에 더 자세히 있습니다. 다만 필터를 계속 얹고 싶어지는 마음은 경계해야 합니다. 9회를 2회로 줄이는 조건을 과거 데이터에서 찾아내면 그래프는 예뻐지지만, 남은 표본이 너무 적어 우연과 구분이 안 됩니다 — 과최적화(오버피팅)의 전형입니다.
실전에서 빠지는 구멍
① 깊이를 먼저 정하고 바꾸지 않는다
1단계와 10단계는 부호가 다를 수 있다
② 큰 덩어리 하나가 만든 값은 낮게 본다
취소 한 번에 통째로 뒤집힌다
③ 신호 수명과 보유 시간을 맞춘다
초 단위 신호로 시간 단위 보유 금지
④ 진입 전에 비용부터 뺀다
스프레드 + 왕복 수수료
⑤ 잔량이 얇은 쪽을 시장가로 치지 않는다
내 주문이 그 잔량을 없앤다
⑥ 수량은 지표가 아니라 손절폭에서 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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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과 ④를 안 지키면 나머지는 의미가 없다
⑤는 거래량이 적은 알트코인이나 새벽 시간대에 특히 잘 터집니다. 호가창이 두껍게 보여도 1호가 아래가 비어 있으면, 조금만 큰 주문에도 체결가가 몇 단계씩 밀립니다. 화면의 숫자가 아니라 내 주문 크기 대비 잔량을 봐야 합니다.
⑥은 어떤 지표를 쓰든 같습니다. 들어갈 금액은 포지션 사이징에서, 어디서 틀렸다고 인정할지는 손절 설정법에서 미리 정합니다. OBI가 주는 것은 방향 후보 하나이고, 잃을 금액을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정리
② 값은 항상 −1과 +1 사이에 들어온다
③ 재료는 체결이 아니라 아직 취소 가능한 대기 주문이다
④ 호가 깊이를 몇 단계까지 세느냐로 답이 달라진다
⑤ 같은 순간에 1단계 +0.50, 10단계 −0.04가 나올 수 있다
⑥ 그래서 깊이는 먼저 고정하고 바꾸지 않는다
⑦ 신호 수명은 대개 수십 초다
⑧ 큰 벽은 대부분 체결이 아니라 취소로 사라진다
⑨ OBI는 진짜 주문과 가짜 벽을 구분하지 못한다
⑩ 덩어리 하나가 만든 극단값일수록 신뢰도가 낮다
⑪ 왕복 비용 = 스프레드 + 체결 수수료
⑫ 필요 적중률 = 0.5 + 비용 ÷ (2 × 평균 이동폭)
⑬ 짧게 들면 비용 미달, 길게 들면 신호가 죽는다
⑭ 신호가 잦을수록 수수료가 먼저 쌓인다
⑮ 얇은 쪽을 시장가로 치면 내 주문이 슬리피지를 만든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OBI는 지금 호가창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를 보여줄 뿐, 그 기울기가 유지될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취소되는 주문이 섞여 있고 수명이 짧다는 두 가지를 전제하고 봐야 값이 제 몫을 합니다.
주의
본문의 매수 12.4 BTC·매도 4.1 BTC, 깊이별 61.0/58.2·140.5/152.0, OBI +0.50·+0.02·−0.04, 시간 경과별 +0.31·+0.12·−0.04, 매도 벽 40.0 BTC 중 체결 1.2·취소 38.8(취소율 97%), 스프레드 0.01%·왕복 수수료 0.10%·합계 0.11%, 평균 절대 이동 0.06%·0.30%, 필요 적중률 1.42·0.68, 1시간 신호 52회·21회·9회와 비용 5.72%·0.99% 같은 수치는 계산 구조와 개념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이며 특정 종목·특정 기간의 실제 측정값이 아닙니다. 호가창 잔량은 체결되지 않은 주문이라 언제든 취소·변경될 수 있고, 거래소마다 호가 단위·표시 깊이·집계 방식·갱신 주기가 다르므로 같은 시각에도 화면에 보이는 값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호가창 불균형은 현재 상태를 요약한 값일 뿐 앞으로의 가격을 알려주지 않으며, 값의 부호나 크기가 방향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지표의 계산과 성질에 대한 설명이며 특정 종목·방향이나 진입·청산 시점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암호화폐 거래는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고 레버리지를 쓰면 손실이 증거금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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