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용량(Strategy Capacity): 주문 크기가 수익률을 깎는 구조
소액으로 잘 되던 전략이 금액을 키우자 성과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이 다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원인은 더 단순합니다. 주문이 커질수록 내가 낸 주문이 가격을 밀어 체결가가 나빠지고, 그 비용이 전략의 우위를 먹어 들어갑니다. 전략이 우위를 잃지 않고 굴릴 수 있는 금액의 한계를 전략 용량(strategy capacity)이라고 합니다. 이 글은 용량을 숫자로 추정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본문 수치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입니다.
1. 전략 용량이란
전략의 성과는 보통 "거래 1건당 몇 %"로 표시됩니다. 이 숫자는 주문 크기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수수료는 금액에 비례해 일정한 비율로 붙지만, 슬리피지는 주문이 호가창의 몇 칸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1만 달러 주문은 최우선 호가 근처에서 끝나지만, 100만 달러 주문은 여러 호가를 차례로 쓸어 올리며 평균 체결가가 크게 밀립니다.
즉 거래 1건당 비용은 주문 크기의 증가 함수이고, 전략의 우위(엣지)는 대체로 크기와 무관한 상수입니다. 두 선이 만나는 지점 이후로는 금액을 늘릴수록 손해가 됩니다. 이 교차점, 또는 달러 기준 순수익이 가장 커지는 지점이 그 전략의 용량입니다. 주문 크기와 체결가의 관계 자체는 시장 충격과 주문 크기 글에서 다뤘습니다.
2. 시장 충격을 숫자로 — 제곱근 모형
주문이 가격을 얼마나 미는지를 추정할 때 가장 널리 쓰는 근사식은 제곱근 충격 모형입니다. 주식·선물 시장의 실제 체결 데이터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경험식입니다.
· 충격(%) ≈ Y × σ × √(Q ÷ V)
· σ = 일간 변동성(일간 수익률의 표준편차)
· Q = 주문 금액, V = 일간 거래대금
· Y = 시장별 상수, 보통 0.5 ~ 1.5 사이 (아래 예시는 Y = 1로 가정)
핵심은 제곱근입니다. 주문을 100배 키우면 충격은 100배가 아니라 √100 = 10배가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소액에서는 충격이 거의 보이지 않다가, 금액이 커지면 꾸준히 불어납니다.
· 1만 달러: Q/V = 0.0005 → √ = 0.0224 → 충격 4% × 0.0224 ≈ 0.09%
· 10만 달러: Q/V = 0.005 → √ = 0.0707 → 충격 ≈ 0.28%
· 100만 달러: Q/V = 0.05 → √ = 0.2236 → 충격 ≈ 0.89%
→ 진입과 청산 양쪽에서 발생하므로 왕복 충격은 각각 0.18% · 0.57% · 1.79%
3. 우위가 사라지는 지점 계산하기
이제 전략의 우위와 비교합니다. 백테스트에서 거래 1건당 평균 +0.6%(수수료·충격 전)를 얻는 전략이 있고, 왕복 수수료는 0.10%라고 가정합니다.
· 1만 달러: 0.6% − 0.10% − 0.18% = +0.32% → +32달러
· 3만 5천 달러: √(0.00175) ≈ 0.0418 → 왕복 충격 0.33% → 0.6% − 0.10% − 0.33% = +0.17% → 약 +58달러
· 10만 달러: 0.6% − 0.10% − 0.57% = −0.07% → −70달러
· 100만 달러: 0.6% − 0.10% − 1.79% = −1.29% → −12,900달러
같은 규칙, 같은 진입 시점인데 10만 달러부터는 거래할수록 손해입니다. 손익분기 크기는 왕복 충격이 0.5%(우위 0.6% − 수수료 0.10%)가 되는 지점으로, 편도 충격 0.25% → √(Q/V) = 0.0625 → Q ≈ 7만 8천 달러입니다.
달러 순수익이 가장 큰 지점은 그보다 훨씬 작습니다. 순수익 = Q × (0.5% − 2 × 4% × √(Q/V))를 Q로 미분해 0이 되는 점을 구하면 √(Q/V) ≈ 0.0417, Q ≈ 3만 5천 달러이고, 이때 거래 1건 순수익은 약 58달러입니다. 이 모형에서 최적점은 왕복 충격이 "수수료 뺀 우위"의 3분의 2를 먹는 자리에서 나옵니다. 그 이상 키우면 %도 줄고 달러도 줄어듭니다.
4. 용량을 줄이는 요인과 늘리는 요인
① 거래대금. V가 4배가 되면 같은 주문의 충격은 절반이 됩니다. 비트코인처럼 거래대금이 큰 종목은 용량이 크고, 하루 거래대금이 수백만 달러인 소형 알트는 용량이 작습니다. 소형 코인에서 백테스트 성과가 유독 좋다면 이 부분부터 의심합니다.
② 변동성. σ가 높으면 같은 금액도 충격이 커집니다. 급락 직후처럼 변동성이 튀는 순간을 노리는 전략은 하필 비용이 가장 비싼 순간에 거래합니다.
③ 우위의 크기. 1건당 우위가 0.2%인 단타 전략은 0.6% 전략보다 용량이 훨씬 작습니다. 위 예시에서 우위가 0.3%(수수료 뺀 0.2%)라면 손익분기 크기는 약 1만 2,500달러로 줄어듭니다. 거래 빈도가 높을수록 비용이 누적되는 구조는 거래 빈도와 수수료 부담 글에 정리했습니다.
④ 분할 집행. 한 번에 넣는 대신 여러 번 나눠 넣으면 각 주문의 충격이 줄어듭니다. 다만 나눠 넣는 동안 가격이 움직이는 위험(타이밍 비용)이 생기고, 신호가 빨리 사라지는 전략일수록 기다리는 비용이 큽니다. 방법은 TWAP 분할 주문 글에서 다뤘습니다.
⑤ 같은 신호를 쓰는 다른 참여자. 내 주문만 가격을 미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지표, 같은 시점에 몰리는 자금이 많을수록 실제 체결은 더 나빠집니다. 혼잡한 거래에서 우위가 빠르게 줄어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5. 참여율로 빠르게 점검하기
모형 계산이 번거로우면 참여율(내 주문 ÷ 해당 시간 거래대금)로 먼저 걸러 봅니다. 흔히 쓰는 기준은 집행 시간대 거래대금의 1 ~ 5% 이내입니다.
· 일간 거래대금 2,000만 달러 → 1시간 평균 약 83만 달러
· 10만 달러를 1시간 안에 집행 → 참여율 약 12%
· 1분 안에 집행 → 1분 평균 거래대금 약 1만 4천 달러 대비 7배 이상
→ 1분봉 신호로 10만 달러를 즉시 시장가로 넣는 전략은 이 종목에서 현실적이지 않음
거래대금은 평균값이라 새벽 시간대나 주말에는 훨씬 얇습니다. 신호가 주로 발생하는 시간대의 거래대금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일부 거래소의 표시 거래대금은 자전거래로 부풀려진 경우도 있어, 실제로 체결 가능한 물량은 호가 깊이 차트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6. 백테스트에 용량을 반영하는 법
대부분의 백테스트는 슬리피지를 "거래당 0.05%"처럼 고정값으로 넣습니다. 이 방식은 시험한 금액에서만 맞고, 금액을 키운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용량을 보려면 다음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첫째, 거래마다 그 시점 이전의 거래대금과 변동성(예: 직전 30일)으로 충격을 계산해 비용에 넣습니다. 이후 데이터를 쓰면 미래참조 편향이 됩니다. 둘째, 주문 크기를 1만·3만·10만·30만 달러처럼 바꿔 가며 같은 백테스트를 반복하고, 크기별 순수익 곡선을 그립니다. 셋째, 비용을 1.5배·2배로 올려도 우위가 남는지 확인합니다. 비용 가정이 결과를 얼마나 바꾸는지는 비용 민감도 백테스트와 백테스트 슬리피지 모델링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렇게 그린 곡선에서 순수익이 꺾이는 크기가 그 전략의 실용 용량입니다. 여러 종목에 나눠 거래하는 전략이라면 종목별 용량을 따로 구해 합산하되, 신호가 같은 시각에 몰리는 종목들은 같은 시간대 유동성을 나눠 쓴다는 점을 감안합니다.
정리
전략의 우위는 주문 크기와 무관하지만, 시장 충격 비용은 대략 주문 크기의 제곱근에 비례해 커집니다. 일간 거래대금 2,000만 달러·변동성 4% 가정에서 1건당 0.6% 우위를 가진 전략은 1만 달러에서 +0.32%를 남기지만 10만 달러에서는 −0.07%가 되고, 달러 순수익은 약 3만 5천 달러에서 최대였습니다. 백테스트 결과를 볼 때는 수익률과 함께 "이 금액에서도 같은 비용으로 체결되는가"를 같이 확인합니다.
주의
본문의 거래대금, 변동성, 우위, 수수료와 충격 상수 Y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입니다. 제곱근 모형은 경험적 근사이며 실제 충격은 호가 상태·시간대·주문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은 교육 정보이며 특정 자산이나 전략의 매매 권유가 아닙니다. 코인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고,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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