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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그 주문 · 분할 집행 — 큰 수량을 나눠 치는 법

수량이 커지는 순간 "얼마에 살까"보다 "어떻게 나눠 살까"가 더 중요해집니다. 호가창을 훑고 올라가는 손실은 수수료보다 크고, 대부분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주문이 커지면 가격이 나를 피한다

소액 거래에서는 체결가가 거의 화면에 보이는 가격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초보 단계에서는 "체결 방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량이 커지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내 주문 자체가 가격을 밀어 올리기 때문입니다.

이걸 시장충격(market impact)이라고 부릅니다. 결과로 나타나는 체결가 손해가 슬리피지입니다.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보면 됩니다.

호가창(매도 쪽)
$62,000 → 0.5 BTC
$62,010 → 0.8 BTC
$62,030 → 1.2 BTC
$62,080 → 2.5 BTC

시장가로 5 BTC 매수하면
0.5×62,000 = 31,000
0.8×62,010 = 49,608
1.2×62,030 = 74,436
2.5×62,080 = 155,200
합계 310,244 / 5 = 평균 $62,048.8

화면에 보이던 가격 $62,000 대비 +$48.8
= 0.079% 손해 (금액으로 $244)

왕복 수수료가 0.1%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한 번의 진입에서 수수료에 맞먹는 비용이 조용히 빠져나간 셈입니다. 그리고 청산할 때 같은 일이 한 번 더 일어납니다. 수수료가 손익에 붙는 방식은 수수료 계산기에서 숫자를 바꿔가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가창을 아직 안 봐 왔다면 호가창 읽는 법을 먼저 보는 편이 이 글 전체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아이스버그(빙산) 주문이란

아이스버그 주문은 큰 주문 중 일부만 호가창에 보이게 하고, 그 조각이 체결되면 자동으로 다음 조각을 다시 내놓는 주문입니다. 물 위에 보이는 빙산 조각은 작지만 아래에 본체가 있다는 비유에서 온 이름입니다.

전체 수량 10 BTC / 노출 수량 0.5 BTC

호가창에 보이는 것: 0.5 BTC
0.5 체결 → 자동으로 다음 0.5 등장
0.5 체결 → 또 다음 0.5 등장
… 20번 반복되면 10 BTC 완료

남들이 보는 것은 언제나 0.5 뿐

왜 숨기나. 호가창에 10 BTC짜리 매수벽이 통째로 보이면 다른 참가자들이 그걸 보고 행동합니다. 앞에 살짝 더 높은 가격으로 끼어들거나(내 주문은 영원히 체결 안 됨), 반대로 그 벽을 노리고 가격을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의도를 감추는 것이 목적입니다.

주의할 점. 아이스버그는 조각마다 별개의 주문으로 처리되므로 호가 우선순위가 매번 뒤로 밀립니다. 같은 가격대에 먼저 걸린 일반 주문이 있으면 그쪽이 먼저 체결됩니다. 그래서 체결 속도는 통째 주문보다 느립니다. 감추는 대가입니다.

또 하나. 거래소에 따라 아이스버그 조각이 테이커로 체결되면 수수료가 테이커 요율로 붙습니다. 메이커로만 가고 싶다면 포스트온리 옵션과 같이 써야 합니다.

분할 집행의 세 가지 방식

아이스버그가 "숨기기"라면, 분할 집행은 "나누기"입니다. 목적이 다릅니다. 세 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① 균등 분할 — 10 BTC를 1 BTC씩 10번. 가장 단순하고, 초보자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방식입니다. 계산이 필요 없다는 게 최대 장점입니다.

② 시간 분할(TWAP) —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 간격으로 쪼개 넣습니다. 30분 동안 3분마다 1 BTC씩 같은 식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구간의 평균 가격에 가깝게 잡힙니다. 특정 순간의 고점·저점을 피하는 게 목적입니다.

③ 거래량 비례 분할(VWAP) — 거래가 활발한 시간에 더 많이, 한산할 때 적게 넣습니다.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가장 유리하지만 실시간 거래량 추적이 필요해 보통 자동화 없이는 어렵습니다. 개념 자체는 VWAP 지표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같은 5 BTC를 1 BTC씩 5번, 5분 간격으로 매수

1회차 평균 $62,004
2회차 평균 $62,001
3회차 평균 $61,988
4회차 평균 $62,012
5회차 평균 $62,006
→ 전체 평균 $62,002.2

한 번에 친 경우 $62,048.8 대비
체결가 개선 $46.6 (약 0.075%)
단, 그 사이 가격이 오르면 개선분은 사라진다

마지막 줄이 핵심입니다. 분할은 공짜가 아닙니다. 시장충격을 줄이는 대신 가격 변동 위험을 감수합니다. 나눠 사는 동안 가격이 달아나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이 둘의 교환 관계가 집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 주문이 큰 주문인지 판단하는 기준

"내 수량이 나눌 만큼 큰가"를 감으로 정하면 안 됩니다. 기준은 호가창 두께 대비 비율입니다.

판단 방법
① 호가창에서 현재가 ±0.1% 구간의 물량 합을 센다
② 내 주문 수량 ÷ 그 물량 = 소진 비율

10% 미만 → 그냥 한 번에 쳐도 무방
10~30% → 2~3회 분할 권장
30% 초과 → 반드시 분할, 가능하면 지정가

같은 1 BTC라도 BTC에서는 티끌이고 거래량 적은 알트에서는 호가 절반을 먹는 크기일 수 있습니다. 절대 수량이 아니라 그 종목의 유동성 대비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초보자용 수동 분할 규칙

아이스버그나 TWAP 기능이 없는 거래소를 쓰거나 기능이 있어도 손이 안 간다면, 아래 정도만 지켜도 대부분의 손해를 막습니다.

1. 3분할을 기본값으로 삼는다. 목표 수량의 40% / 30% / 30%. 첫 조각을 크게 가져가는 이유는 가격이 바로 달아났을 때 최소한 절반 가까이는 확보해두기 위해서입니다.

2. 조각 사이에 최소 1분은 둔다. 연속으로 치면 나눈 의미가 없습니다. 호가창이 다시 채워질 시간을 줍니다.

3. 지정가를 기본으로, 시장가는 예외로. 분할의 이점 대부분은 지정가에서 나옵니다. 시장가로 나눠 치면 매번 테이커 수수료를 내면서 슬리피지도 그대로 먹습니다. 주문 종류별 차이는 주문 유형 완전정리에 있습니다.

4. 조각 크기가 최소 주문수량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10등분했더니 마지막 조각이 최소 단위 미만이 되면 그 잔량은 처리가 곤란해집니다. 틱사이즈와 최소 주문수량을 먼저 확인하고 분할 수를 정합니다.

5. 청산도 똑같이 나눈다. 진입만 조심스럽게 하고 청산을 한 번에 시장가로 던지면 절약분이 그대로 반납됩니다. 단, 손절은 예외입니다. 손절은 나누지 않고 한 번에 나갑니다. 나가는 도중에 더 밀릴 위험이 슬리피지보다 큽니다.

분할이 오히려 손해인 경우

모든 상황에서 나누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 다음 세 가지에서는 분할이 손해로 돌아옵니다.

추세가 명확하게 진행 중일 때 — 나누는 동안 가격이 계속 도망갑니다. 절약한 $46보다 놓친 움직임이 큽니다.
수량이 애초에 작을 때 — 호가 소진 비율 10% 미만이면 나눠서 얻는 게 거의 없고 체결 건수만 늘어 관리가 번거로워집니다.
급락·급등 이벤트 중일 때 — 호가가 순식간에 비어버리므로 "천천히"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핵심 요약 3줄

① 큰 주문은 호가를 훑어 올라가며 체결가를 스스로 나쁘게 만든다 — 수수료만큼, 때로는 그 이상.
② 아이스버그는 의도를 감추는 도구이고, 분할 집행은 시장충격을 줄이는 도구다. 목적이 다르다.
③ 분할의 대가는 가격 변동 위험이다. 호가 소진 비율 10% 미만이면 그냥 한 번에 친다.

주의

본문 호가·수량·수수료율은 계산 방식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값이며 실제 값은 종목·시점·거래소마다 다릅니다. 아이스버그·TWAP 지원 여부와 동작 방식도 거래소별로 차이가 있으니 사용 중인 거래소의 주문 규칙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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