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지표 중복 — 지표를 겹쳐도 확신이 늘지 않는 이유
차트에 RSI, 스토캐스틱, 윌리엄스 %R, CCI를 함께 띄워 두고 네 개가 모두 과매도를 가리키면 "신호 4개가 겹쳤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네 지표는 모두 같은 종가와 같은 고가·저가를 비슷한 기간으로 가공한 값입니다. 재료가 같으면 결과도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네 개가 동시에 켜졌다는 것은 증거가 네 배가 됐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사실을 네 가지 방식으로 표시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보조지표 중복(indicator redundancy)이 왜 생기는지, 겹친 지표가 실제로 몇 개의 정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지표를 고를 때 무엇을 기준으로 나눠야 하는지를 계산으로 정리합니다. 본문 수치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입니다.
1. 같은 재료에서 나온 지표들
대부분의 오실레이터는 "최근 N개 봉 안에서 현재 종가가 어디쯤 있는가" 또는 "최근 상승폭과 하락폭 중 어느 쪽이 컸는가"를 0~100 같은 범위로 바꾼 값입니다. RSI는 상승폭과 하락폭의 비율, 스토캐스틱은 기간 고저 범위 안에서 종가의 위치, 윌리엄스 %R도 기간 고저 범위 안에서 종가의 위치를 봅니다. 계산식은 달라 보여도 입력은 같은 가격 시계열입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스토캐스틱 %K와 윌리엄스 %R입니다. 같은 기간을 쓰면 두 지표는 수식상 완전히 같은 정보입니다.
· 스토캐스틱 %K = (종가 − 최저가) ÷ (최고가 − 최저가) × 100
= (94 − 90) ÷ 20 × 100 = 20
· 윌리엄스 %R = (최고가 − 종가) ÷ (최고가 − 최저가) × (−100)
= (110 − 94) ÷ 20 × (−100) = −80
· 항상 성립: %R = %K − 100
· 따라서 "%K가 20 아래"와 "%R이 −80 아래"는 같은 조건
두 지표를 동시에 띄워 놓고 "둘 다 과매도"라고 판단하는 것은 같은 숫자를 두 번 읽은 것과 같습니다. RSI와 CCI는 수식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같은 기간을 쓰면 대부분의 구간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2. 독립적이라면 얼마나 좋아질까
먼저 지표들이 서로 완전히 독립이라는 가장 좋은 경우를 계산해 봅니다. 방향을 맞힐 확률이 55%인 신호 여러 개를 다수결로 묶는다고 가정합니다.
· 신호 1개: 55.0%
· 신호 3개 중 2개 이상 맞음
= 0.55³ + 3 × 0.55² × 0.45 = 0.1664 + 0.4084 = 57.5%
· 신호 5개 중 3개 이상 맞음
= 10 × 0.55³ × 0.45² + 5 × 0.55⁴ × 0.45 + 0.55⁵
= 0.3369 + 0.2059 + 0.0503 = 59.3%
완전히 독립인 신호를 5개나 모아도 55%가 59.3%로 4.3%포인트 오를 뿐입니다. 신호를 늘리는 효과는 처음부터 생각보다 작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좋은 경우입니다.
3. 상관이 높으면 — 같은 말을 반복할 뿐
네 지표가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면(상관 1.0), 하나가 맞을 때 넷 다 맞고 하나가 틀릴 때 넷 다 틀립니다. 다수결 적중률은 개별 적중률 55%에서 한 칸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현실의 오실레이터들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때 쓸 수 있는 근사식이 유효 신호 개수입니다. 분산투자에서 쓰는 유효 베팅 수와 같은 생각입니다.
· N = 지표 개수, ρ = 지표 사이 평균 상관계수
예시 — 지표 4개
· ρ = 0.0 → 4 ÷ 1.0 = 4.00개
· ρ = 0.3 → 4 ÷ 1.9 = 2.11개
· ρ = 0.8 → 4 ÷ 3.4 = 1.18개
· ρ = 1.0 → 4 ÷ 4.0 = 1.00개
평균 상관이 0.8인 오실레이터 네 개는 독립 정보 1.18개 분량입니다. 화면에는 네 개의 선이 있지만 판단에 쓸 수 있는 정보는 하나보다 조금 많은 정도입니다. 반대로 상관이 0.3 정도인 서로 다른 종류의 지표 네 개는 두 개 이상의 정보를 줍니다. 지표를 늘리는 것보다 상관이 낮은 지표를 고르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이유입니다. 상관계수 자체의 의미는 상관관계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4. 겹침을 직접 재는 방법
지표끼리 얼마나 겹치는지는 감으로 판단하지 않고 직접 셀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이 간단합니다.
① 값의 상관계수. 같은 기간의 지표 값을 내보내 봉마다 나란히 놓고 상관계수를 구합니다. 0.7을 넘으면 두 지표는 대부분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보면 됩니다.
② 신호 겹침 비율. 실제로 매매에 쓰는 것은 값이 아니라 "과매도 진입" 같은 신호이므로, 신호가 켜진 봉을 세어 비교하는 편이 더 직접적입니다.
· RSI 30 미만: 60번
· 스토캐스틱 20 미만: 70번
· 둘이 같은 봉에서 동시에 켜짐: 52번
· 둘 중 하나라도 켜진 봉 = 60 + 70 − 52 = 78번
· 겹침 비율 = 52 ÷ 78 = 66.7%
· RSI 신호 60번 중 스토캐스틱이 같이 켜진 비율 = 52 ÷ 60 = 86.7%
RSI가 과매도일 때 스토캐스틱도 86.7%의 확률로 과매도라면, "RSI와 스토캐스틱이 동시에 과매도"라는 조건은 RSI 단독 조건과 거의 같은 거래를 고릅니다. 필터를 하나 더 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걸러낸 것은 60번 중 8번뿐입니다. 그 8번이 정말 나쁜 거래였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5. 지표를 정보 종류로 나누기
중복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표를 이름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쓰는가로 분류하는 것입니다.
· 모멘텀(종가 위치·상승하락 비율): RSI, 스토캐스틱, 윌리엄스 %R, CCI
· 추세(가격의 방향과 기울기): 이동평균, ADX, 슈퍼트렌드
· 변동성(움직임의 크기): ATR, 볼린저 밴드 폭
· 거래량(참여 규모): 거래량, OBV, VWAP
· 파생 데이터(포지션 쏠림): 펀딩비, 미결제약정, 롱숏 비율
같은 칸에서 여러 개를 고르면 중복이 커지고, 다른 칸에서 하나씩 고르면 상관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칸이 달라도 완전히 독립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OBV는 거래량 지표지만 종가가 올랐는지 내렸는지에 따라 거래량을 더하고 빼므로 가격 방향 정보가 섞여 있습니다. 분류는 출발점일 뿐이고, 최종 판단은 4번의 방법으로 실제 겹침을 재서 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지표마다 역할을 하나씩만 맡기는 것입니다. 추세 지표는 "지금 롱만 볼지 숏만 볼지"를 정하고, 모멘텀 지표는 "그 방향 안에서 언제 들어갈지"를 정하고, 변동성 지표는 "손절 폭과 포지션 크기"를 정합니다. 세 지표가 같은 질문에 답하지 않으므로 서로를 확인하는 척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시간 단위를 나누는 멀티 타임프레임 분석도 같은 생각입니다.
6. 조건을 늘릴수록 커지는 백테스트 함정
지표가 많아지면 조절할 수 있는 숫자도 함께 늘어납니다. 지표 4개에 각각 기간 3가지(예: 9, 14, 21)를 시험하면 조합은 3 × 3 × 3 × 3 = 81개입니다.
· 우연히 "통과"할 확률을 조합 하나당 5%로 가정
· 81개 모두 탈락할 확률 = 0.95⁸¹ ≈ 0.0157
· 적어도 하나가 우연히 통과할 확률 = 1 − 0.0157 ≈ 98.4%
조합을 많이 돌리면 효과 없는 규칙 중 하나가 좋아 보이는 일은 거의 확실하게 일어납니다. 조건이 늘면 거래 수도 줄어 결과가 더 우연에 흔들립니다. 이 문제는 다중 검정의 함정과 과최적화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지표를 추가할 때는 "백테스트 성적이 좋아졌는가"보다 "다른 종류의 정보를 하나 더 얻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7. 점검 순서
지금 쓰는 차트 구성을 점검할 때는 다음 순서로 확인합니다.
· 같은 종류(모멘텀·추세·변동성·거래량·파생)에서 두 개 이상 쓰고 있는가
· 같은 기간 스토캐스틱과 윌리엄스 %R을 함께 쓰고 있는가 (같은 지표)
· 두 신호의 겹침 비율을 실제로 세어 봤는가
· 지표마다 맡은 역할(방향·타이밍·크기)이 하나씩 정해져 있는가
· 조건을 추가한 뒤 거래 수가 얼마나 줄었는가
신호 하나의 적중률을 제대로 해석하는 방법은 신호 적중률과 기저율에서 다뤘습니다. 여러 신호를 겹치기 전에, 하나의 신호가 기저율보다 실제로 나은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정리
같은 가격에서 나온 오실레이터들은 서로 높은 상관을 가지며, 같은 기간의 스토캐스틱 %K와 윌리엄스 %R은 %R = %K − 100으로 완전히 같은 정보입니다. 적중률 55%인 신호를 독립적으로 5개 모아도 다수결 적중률은 59.3%에 그치고, 평균 상관이 0.8이면 지표 4개는 독립 정보 1.18개 분량으로 줄어듭니다. 겹침은 값의 상관계수나 신호 겹침 비율로 직접 잴 수 있습니다. 지표는 정보 종류별로 하나씩, 역할을 나눠 고르고, 조건을 늘릴 때는 다중 검정과 거래 수 감소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주의
본문의 적중률, 신호 횟수, 상관계수는 모두 계산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 예시이며 특정 코인이나 특정 기간의 실제 측정값이 아닙니다. 이 글은 교육 정보이며 특정 자산의 매매 권유가 아닙니다. 코인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있고,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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