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프만 효율 비율(ER) — 추세를 노이즈로 나눠 재는 법
차트를 보면 "이건 추세다", "이건 그냥 흔들리는 중이다"가 눈에는 보입니다. 문제는 그 판단을 숫자로 옮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가격이 100에서 105로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는 곧게 올라간 5인지 위아래로 40을 헤매다 겨우 남은 5인지 알 수 없습니다. 효율 비율(Efficiency Ratio)은 이 둘을 가르기 위해 만들어진 아주 단순한 나눗셈입니다.
가격이 간 거리와 가격이 움직인 거리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10km인 길을 갔다고 합시다. 실제로 운전한 거리가 10km면 낭비가 없었던 것이고, 40km를 달렸다면 같은 목적지에 도착했어도 길을 많이 헤맨 것입니다. 효율 비율은 가격에 똑같은 자를 댑니다.
정의는 두 줄입니다.
분자 = |현재 종가 − n봉 전 종가|
→ 순이동 (직선 거리)
분모 = Σ |각 봉의 종가 − 직전 봉 종가|
→ 총이동 (실제 달린 거리)
ER = 순이동 ÷ 총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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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의 범위 0 ≤ ER ≤ 1
분자는 절대 분모보다 클 수 없습니다. 직선 거리가 실제 이동 거리보다 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R은 항상 0과 1 사이에 들어옵니다. 1에 가까우면 한 방향으로만 갔다는 뜻이고, 0에 가까우면 많이 움직였는데 제자리라는 뜻입니다.
같은 5 상승, 다른 ER
숫자로 보면 바로 이해됩니다. 10봉 구간에서 100이 105가 된 세 가지 경우를 놓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셋 다 순이동은 똑같이 5입니다.
A. 한 방향으로만 상승
종가 100 → … → 105 (매 봉 소폭 상승)
총이동 5.0
ER = 5 ÷ 5 = 1.00
B. 오르내리며 상승
100, 101, 100.5, 102, 101,
103, 102.5, 104, 103.5, 105
봉별 변화 1 + 0.5 + 1.5 + 1 + 2
+ 0.5 + 1.5 + 0.5 + 1.5 = 10.0
ER = 5 ÷ 10 = 0.50
C. 심하게 흔들리며 상승
100, 103, 99, 104, 100,
105, 101, 106, 102, 105
봉별 변화 3 + 4 + 5 + 4 + 5
+ 4 + 5 + 4 + 3 = 37.0
ER = 5 ÷ 37 =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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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은 전부 +5.0%, 질은 7배 차이
C의 차트를 눈으로 보면 "추세"라고 부르기 민망합니다. 그런데 시작과 끝만 찍어서 만든 수익률표에는 A와 C가 똑같이 +5%로 들어갑니다. ER은 그 중간 과정을 한 숫자로 압축합니다.
실전에서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C 같은 구간에서 이동평균 교차 같은 추세추종 신호가 계속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방향은 맞았는데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하다 비용으로 끝나는 전형적인 모양이 C입니다.
0과 1 사이라는 게 실은 큰 장점이다
ER의 쓸모는 무차원이라는 데 있습니다. 나눗셈 결과라서 단위가 사라집니다. 비트코인이든 시가총액 300위 알트든, 가격이 10만 달러든 0.002달러든, ER 0.6은 똑같은 의미의 0.6입니다.
ATR 절대값
종목 A ATR 1,200달러 (가격 90,000)
종목 B ATR 0.0004달러 (가격 0.02)
→ 숫자만으로 비교 불가
ER
종목 A ER 0.62
종목 B ER 0.18
→ 그대로 비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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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목을 한 화면에 줄 세울 때 유리
ATR은 변동성의 크기를 재고, ER은 그 변동성이 어느 쪽으로 정리되었는가를 잽니다. 둘은 경쟁 지표가 아니라 다른 질문입니다. ATR이 큰데 ER이 낮으면 "크게 움직이는데 제자리"이고, ATR이 작은데 ER이 높으면 "조용히 한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중"입니다.
ER을 이동평균에 꽂으면 KAMA가 된다
퍼리 카우프만이 ER을 만든 원래 목적은 필터가 아니라 적응형 이동평균이었습니다. 문제의식은 익숙한 것입니다. 이동평균 기간을 짧게 잡으면 반응은 빠른데 횡보에서 너덜너덜해지고, 길게 잡으면 안정적인데 추세 초입을 놓칩니다. 그러면 시장이 추세일 때만 기간을 짧게 쓰면 되지 않나가 다음 생각입니다.
KAMA(Kaufman Adaptive Moving Average)는 그 생각을 그대로 식으로 옮긴 것입니다. 평활 계수를 ER로 조절합니다.
빠른 상수 2 ÷ (2+1) = 0.6667
느린 상수 2 ÷ (30+1) = 0.0645
SC = [ ER × (0.6667 − 0.0645) + 0.0645 ]²
= [ ER × 0.6022 + 0.0645 ]²
KAMA = 직전 KAMA
+ SC × (현재가 − 직전 K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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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곱이 들어가는 이유는 ER이 낮을 때
반응을 더 강하게 눌러 버리기 위해서
SC가 곧 반응 속도입니다. 계수를 익숙한 단위로 바꾸면 "몇 일짜리 EMA처럼 움직이는가"가 나옵니다. 환산식은 기간 = 2 ÷ SC − 1 입니다.
ER 1.00 → SC 0.4444 → 약 3.5봉 EMA
ER 0.75 → SC 0.2664 → 약 6.5봉
ER 0.50 → SC 0.1337 → 약 14.0봉
ER 0.25 → SC 0.0463 → 약 42.2봉
ER 0.00 → SC 0.0042 → 약 479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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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이 절반으로 떨어질 때마다
반응은 3배씩 느려진다
ER 0에서 479봉이라는 건 사실상 선이 멈춘다는 뜻입니다. 횡보 구간에서 KAMA가 수평선처럼 누워 있는 모습이 여기서 나옵니다. 신호가 안 나오는 게 아니라, 선이 안 움직이니까 가격이 그 선을 뚫어도 방향이 자꾸 뒤집히지 않는 것입니다.
한 봉에서 실제로 얼마나 따라가는지도 계산해 두면 감이 잡힙니다.
가격과의 거리 3.00
ER 1.00 100 + 0.4444 × 3 = 101.33
ER 0.50 100 + 0.1337 × 3 = 100.40
ER 0.25 100 + 0.0463 × 3 = 100.14
ER 0.00 100 + 0.0042 × 3 = 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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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3의 움직임에
추세면 44%, 횡보면 0.4%만 반응
필터로만 써도 된다
KAMA를 안 쓰고 ER만 떼어내 진입 허용 스위치로 쓰는 쪽이 오히려 흔합니다. 기존 전략은 그대로 두고, ER이 문턱 아래면 신호가 나와도 건너뛰는 식입니다.
이렇게 쓰면 효과를 비용으로 환산해 볼 수 있습니다. 걸러진 신호는 수익도 손실도 없는 대신 왕복 수수료가 확실히 안 나갑니다.
신호 100건 중
ER < 0.30 60건
ER ≥ 0.30 40건
왕복 수수료 0.10%
건당 $800 × 0.10% = $0.80
60건 제외 → 60 × $0.80 = $48
100건 전부 집행 시 총비용 $80
→ 비용만 60%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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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른 60건의 손익은 별개 문제다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지점을 못 박아 둡니다. 비용이 준다는 것과 성적이 좋아진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걸러낸 60건 안에 이긴 거래가 많았다면 비용 $48을 아끼고 그보다 큰 이익을 버린 것일 수 있습니다. ER 필터가 도움이 되는지는 걸러낸 쪽과 통과시킨 쪽의 손익을 각각 따로 세어 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비용 절감만 보고 "개선됐다"고 결론 내리는 건 계산의 절반만 한 것입니다.
반대 방향으로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횡보 구간 매매처럼 되돌림을 노리는 전략이라면 ER이 낮을 때만 켜는 게 맞습니다. 추세추종과 역추세는 원하는 시장 상태가 정반대이므로, 같은 지표를 부등호만 뒤집어 씁니다.
ADX·촙피니스와 무엇이 다른가
"추세인지 아닌지"를 재는 지표는 이미 여럿 있습니다. 겹쳐 쓰기 전에 무엇을 재는지 구분해 둬야 합니다.
효율 비율(ER)
순이동 ÷ 총이동
범위 0~1 · 종가만 사용
평활 없음 → 반응 빠름
ADX
방향성 운동(DM)의 평활 평균
범위 0~100 · 고가·저가 사용
이중 평활 → 반응 느림
촙피니스 지수
ATR 합 대비 구간 폭의 로그 비
범위 0~100 · 값이 높을수록 횡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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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다 방향은 말해 주지 않는다
가장 큰 차이는 반응 속도입니다. ADX는 평활을 두 번 거치기 때문에 추세가 시작되고 한참 뒤에야 올라옵니다. ER은 나눗셈 한 번이라 훨씬 빠르지만 그만큼 값이 튑니다. 촙피니스 지수는 방향 부호가 반대라 임계값을 반대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셋 다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강도만 말하고 방향은 말하지 않습니다. ER 0.9는 "강하게 한 방향"이라는 뜻이지 "위로"라는 뜻이 아닙니다. 방향은 추세추종 규칙 쪽에서 따로 결정해야 합니다.
흔히 하는 실수
첫째, 문턱값을 성적이 좋아지는 쪽으로 고르는 것입니다. ER 0.25, 0.30, 0.35를 다 돌려 보고 가장 잘 나온 걸 쓰면 그건 시장을 이해한 게 아니라 과거 데이터에 맞춘 것입니다. 0.30과 0.31에서 결과가 크게 갈린다면 그 차이는 대부분 우연입니다. 과최적화의 전형적인 진입 경로가 이 지점입니다.
둘째, 기간 n을 대충 잡는 것입니다. ER은 n에 매우 민감합니다. n을 짧게 잡으면 분모에 들어가는 항이 적어 값이 1에 붙기 쉽고, 길게 잡으면 짧은 추세를 못 봅니다. 10봉 ER과 60봉 ER은 이름만 같지 다른 지표라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ER이 낮다고 시장이 안 움직인다고 읽는 것입니다. ER 0.1은 "조용하다"가 아니라 "많이 움직이는데 제자리"일 수 있습니다. 위아래로 5%씩 흔들려도 시작가로 돌아오면 ER은 0에 가깝습니다. 변동성은 ER이 아니라 ATR로 봐야 합니다. 이 둘을 섞으면 위험한 구간을 조용한 구간으로 오해합니다.
넷째, 종가만 쓴다는 한계를 잊는 것입니다. ER의 분모는 종가 대 종가 변화만 셉니다. 봉 안에서 위아래로 크게 찔렀다가 제자리에 마감한 움직임은 분모에 안 들어갑니다. 꼬리가 긴 구간에서는 ER이 실제보다 높게 나옵니다.
다섯째, KAMA를 쓰면서 손절 폭은 고정으로 두는 것입니다. KAMA는 시장 상태에 따라 반응 속도를 바꾸는데 손절만 고정이면, 선이 멈춰 있는 횡보 구간에서 손절만 계속 맞습니다. 적응형 선을 쓸 거면 손절도 변동성에 맞춰 같이 움직이는 편이 일관됩니다.
정리
② 분자는 직선 거리, 분모는 실제 달린 거리
③ 같은 +5%도 ER 1.00과 0.135로 갈린다
④ 무차원이라 종목·가격대가 달라도 비교된다
⑤ ATR은 크기, ER은 정리된 정도를 잰다
⑥ KAMA는 ER을 평활 계수에 넣은 이동평균
⑦ ER 1.00은 약 3.5봉, 0.50은 약 14봉 EMA
⑧ ER 0에서는 약 479봉 = 사실상 멈춘 선
⑨ 같은 3의 움직임에 44% vs 0.4%만 반응
⑩ 필터로만 떼어 써도 된다
⑪ 60건 거르면 왕복비용 $48 절감(노셔널 $800)
⑫ 비용 절감과 성적 개선은 다른 말이다
⑬ 역추세 전략이면 부등호를 뒤집어 쓴다
⑭ ADX보다 빠르고 그만큼 값이 튄다
⑮ ER은 강도만 말하고 방향은 말하지 않는다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수익률은 어디에 도착했는지만 말하고, 효율 비율은 어떻게 갔는지를 말합니다. 같은 목적지라도 길을 헤맨 구간에서는 추세추종 규칙이 제 기능을 못 하므로, 그 구간을 숫자로 구분해 두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깁니다.
주의
본문의 종가 수열 100·101·100.5·102·101·103·102.5·104·103.5·105와 100·103·99·104·100·105·101·106·102·105, 그로부터 나온 총이동 10.0과 37.0 및 ER 1.00·0.50·0.135, ATR 1,200달러와 0.0004달러 비교, fast 2·slow 30에서의 평활 계수 0.4444·0.2664·0.1337·0.0463·0.0042와 환산 기간 3.5봉·6.5봉·14.0봉·42.2봉·479봉, 직전 KAMA 100에 현재가 103일 때의 101.33·100.40·100.14·100.01, 신호 100건 중 60건·40건 분포와 노셔널 $800·왕복 수수료 0.10% 기준 $0.80·$48·$80·60%, 문턱값 0.30 같은 수치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가정 예시이며 실측이 아닙니다. 특히 신호 100건이 ER 기준으로 60대 40으로 나뉜다는 것과 그 분포가 성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가정이며, 비용이 줄어든다는 계산만으로 전략이 개선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효율 비율과 KAMA는 과거 종가에서 계산되는 후행 지표라 앞으로의 방향이나 추세 지속 여부를 알려주지 않으며, 기간 n과 문턱값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고 그 값을 과거 성적이 좋은 쪽으로 고르면 과최적화가 됩니다. 봉 내부의 움직임이 분모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도 있습니다. 이 글은 지표의 계산 방식에 대한 설명이며 특정 종목·방향이나 진입·청산 시점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암호화폐 거래는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고 레버리지를 쓰면 손실이 증거금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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